어릴적 남아있는 기억으로 엄마를 그린 일본인

요약

• 어린 시절의 파편적 기억을 붙잡아 엄마의 얼굴을 그리는 행위는 기억 복원이자 자기 위로의 과정입니다. 정확한 초상이라기보다, 냄새·소리·습관 같은 감각 조각이 합쳐져 만들어낸 정서의 초상에 가깝습니다.

• 이런 그림이 우리에게 강하게 와닿는 이유는, ‘시간이 흘러도 일부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기억의 불완전성—사실과 감정이 섞이는 현상—을 인정할 때 오히려 더 진솔한 기록이 됩니다.

• 감상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① 형태의 정확성보다 반복되는 디테일(손 모양, 앞치마, 걸음걸이) ② 배경의 생활 소품이 불러오는 스토리 ③ 화면의 여백이 말하는 ‘부재와 그리움’입니다.

코멘트

이런 유형의 작품은 ‘그림을 잘 그렸다/못 그렸다’로 평가하기보다, 기억을 어떻게 호출했는가를 보는 편이 좋습니다. 어린 시절의 장면은 보통 사진처럼 선명하지 않고, 감각 단서로 남습니다. 부엌에서 배었던 간장의 냄새, 겨울 이불의 촉감, 젖은 머리카락을 말려 주던 손의 온도 같은 것들요. 그래서 인물의 이목구비가 조금씩 비틀려 있어도, 반복적으로 그려지는 손동작이나 작은 소품—낡은 머리핀, 다림질판, 재봉틀—이 등장하면 보이는 순간 기억의 문이 열립니다. 이 작품이 공감을 모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 소품이 자신의 집과, 자신의 엄마를 곧장 소환하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여백입니다. 사진이라면 배경을 가득 채우겠지만, 기억의 캔버스는 빈 곳이 많습니다. 이 여백은 단지 기술 부족의 결과가 아니라, 사라진 것들을 위해 비워 둔 자리이기도 합니다. 관객은 그 빈 공간을 바라보며 자기 안의 기억을 채워 넣습니다. 그래서 감상 경험이 개인화됩니다. ‘나의 엄마’ 이야기가 ‘우리의 엄마’ 이야기로 확장되는 순간이죠.

만약 비슷한 작업을 직접 해 보고 싶다면, 감각 목록부터 적어 보세요. 냄새(비누, 장국), 소리(문 여닫는 소리, 재봉틀), 촉감(손등, 앞치마), 말버릇 한두 줄. 그다음 연필 한 자루로 형태를 거칠게 스케치하고, 색은 두세 가지만 선택해 정서의 온도를 맞추면 충분합니다. 결과물이 정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맞는 얼굴’이 아니라 ‘맞는 마음’에 도달하는 일입니다. 가족이 있다면 그림에 얽힌 기억을 서로 말로 이어 보세요. 사소한 디테일—컵의 위치, 라디오 채널, 저녁 준비 소리—을 주고받는 동안, 잊었다고 생각했던 장면이 의외로 선명하게 돌아옵니다.

결국 이런 작품은 과거를 미화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현재의 나를 지탱하는 뿌리를 조용히 확인하는 의식입니다. 보면서 울컥했다면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그리움은 부재를 가리키지만, 동시에 내가 무엇을 사랑했는지를 알려 주니까요. 오늘 이 그림을 본 김에, 폰 메모장에 “엄마 기억 노트”를 하나 만들어 보시길 권합니다. 한 줄씩만 쌓아도, 언젠가 당신만의 색으로 완성될 또 하나의 초상이 생깁니다.

출처 : 보배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