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정수기에서 물을 받는’ 상황에서도 일상적으로 ‘물 떠온다’고 말하는 것은 과거 생활문화의 습관어가 관용 표현으로 굳어져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떠오다’는 본래 바가지·국자처럼 도구로 소량을 퍼 담는 동작에서 온 말이고, ‘받아오다’는 수도·정수기처럼 흐르는 물을 용기에 채우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실제 대화에서는 대체 가능하며, ‘떠오다’는 소량·부탁·심부름의 뉘앙스, ‘받아오다’는 양이 많거나 기계적 상황의 뉘앙스가 더해지곤 합니다.
기술 환경은 빨리 변하지만 언어는 관성이 커서 ‘전화 돌리다’, ‘앨범(음원)’, ‘필름 끊기다’처럼 옛 동작을 빗댄 표현이 계속 살아남습니다.
코멘트
정수기 앞에서 “물 좀 떠올래요?”라고 말하면, 사실 물리적으로는 ‘받다’가 더 맞지만 대부분 어색함 없이 통합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물 떠오다’가 단지 동작을 묘사하는 말이 아니라, 부엌에서 바가지로 국 떠오듯 가정의 루틴과 얽힌 심부름 말투로 굳어졌기 때문입니다. 이 표현에는 대개 ‘컵 한두 잔 정도의 소량’, ‘잠깐만’, ‘부탁’ 같은 정서적 단서가 같이 붙습니다. 반대로 “물 좀 받아와요”라고 하면, 물병 가득 채우기나 주전자처럼 용량이 크거나 시간이 걸리는 일로 들리기 쉽죠. 그래서 상황별 어감은 미묘하게 달라집니다. 가령 회의실에서 종이컵에 한 잔이면 “물 좀 떠올게요”가 친근하고, 워터저그를 채우는 상황이면 “물 좀 받아올게요”가 자연스럽습니다.
언어가 생활도구의 변화를 항상 즉시 반영하지는 않음도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스마트폰 시대에도 “전화 돌리다”, 스트리밍을 들으면서도 “앨범 나왔다”, 디지털카메라·휴대폰을 쓰면서도 “필름 끊겼다” 같은 표현이 남아 있죠. 이처럼 옛 동작을 비유로 빌리는 습관은 기억에 남고 전달이 빠르기 때문에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지역·세대에 따라서는 ‘물 길어오다’ 같은 표현도 여전히 쓰이고, 표준어 관점에서 굳이 고치지 않아도 맥락 전달에는 무리가 없습니다. 다만 매뉴얼·공지·설명문처럼 절차가 중요한 글에서는 ‘받다/채우다’처럼 동작이 분명한 동사를 쓰는 편이 명확합니다.
결론적으로, 정수기 앞의 ‘물 떠오다’는 틀림이라기보다 살아남은 생활 관용어에 가깝습니다. 대화에서는 친근함과 리듬을 살리고, 문서에서는 기능어를 골라 쓰는 식으로 상황별 선택만 잘 해주면 됩니다. 언어는 기계보다 느리게 변하지만, 그 느림 덕분에 일상의 말맛도 유지된다는 점이 이 밈의 포인트네요.
트위터에서 즐기는 뒷골목 연구소
“왜 정수기에 물 받아먹는 걸 물 떠온다고 표현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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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나 물좀 길어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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